
2008년 9월24일부터 12월4일까지 방영된SBS 수목 드라마 "바람의 화원"은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의 드라마로 이정명의 동명 소설을 극화한 작품이다. 극본은 당시 신예 작가였던 이은영 작가가 맡았고 연출은 장태유,진혁PD가 맡았다. 초반부의 뛰어난 연출로 아름다운 장면이 이어졌고,극이 진행될수록 점점 상승세를 보이더니 베토벤 바이러스 종영 후 마침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종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글에서는"바람의 화원"의 주요 등장인물,줄거리의 흐름, 그리고 작품에 대한 총평을 통해 드라마의 전반적인 내용을 살펴본다.
등장인물
단원 김홍도(박신양 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뛰어난 재능으로 약관의 나이에 왕의 초상화어진을 그린 천재화가. 조선 최고의 화원으로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도화서 생도청에서 신윤복을 만나자 그의 비상한 재능에 눈이 번쩍 뜨인다. 윤복의 스승이 되어 그림을 가르치지만, 제자의 재능에 질투심을 느끼기도 한다. 윤복이 여자임을 알게 된 후 금지된 사랑에 빠지며,예술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혜원 신윤복/서윤(문근영 분): 여성이지만 명성을 얻기 위해 남자인 척하며 살아가는 인물로,예외적인 재능을 지닌 화가 지망생이다. 도화서 화원인 아버지 신한평의 딸로, 어린 시절부터 그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였다.여자라는 이유로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시대적 한계 때문에 남장을 하고 도화서에 입문한다. 자유분방한 성격으로 속화를 즐겨 그리며,양반 사회의 위선과 기존 화풍에 도전하는 혁신적인 화가로 성장한다.
정향(문채원 분): 계월옥의 최고 기생으로,아름다운 외모와 가야금 연주 실력을 지녔다.남장한 신윤복이 여자임을 알고 있으며, 윤복을 향한 깊은 마음을 품고 있다.신윤복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이해자로,윤복의 그림 세계를 지지하고 응원한다.
정조(배수빈 분):조선 제22대 임금으로,사도세자의 아들이다.개혁군주로서 예술을 사랑하며 도화서를 후원한다.김홍도를 총애하고 신윤복의 재능도 인정하며,두 천재 화가의 예술 세계를 지원한다.
정순왕후 김씨(임지은 분): 영조의 계비로 노론 세력의 중심 인물이다.신윤복이 자신의 밀회 장면을 그린 것을 알고 그를 제거하려 하며,드라마 초반 사건의 발단을 제공한다.
김조년 (류승룡 분):야심 많은 인물로 도화서를 장악하려 한다.김홍도를 이용하여 권력을 얻으려 하며,신윤복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홍국영(정인기 분):정조의 측근으로 개혁 정치를 뒷받침하는 인물이다.도화서와 관련된 정치적 사건들에 개입한다.
줄거리:붓끝에서 피어난 예술과 사랑
드라마는 1777년 정조1년, 화서에서 시작된다.신윤복(문근영)은 한 대감댁 담장에서 몰래 여인을 그리다가 마침 방에서 나온 정순왕후(임지은)에게 들킨다.생도들의 그림들 중 자신의 그림이 있는 것을 본 정순왕후는 불같이 화를 내며 그 생도를 당장 찾아내라고 한다.단원 김홍도(박신양)라면 누군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며 김홍도를 다시 도화원으로 들이라는 어명이 떨어진다.
같은 시각,홍도는 호랑이를 그리고 있는 중에 호랑이와 눈이 마주쳐 생사의 갈림길에 있다.절벽에서 호랑이와 대치하던 중 간신히 목숨을 건지고 돌아온 홍도는 우연히 윤복과 마주친다.윤복은 홍도가 그린 병풍을 보고 감탄하지만,그가 바로 자신의 스승이 될 김홍도인 줄은 모른다.
도화서로 복귀한 홍도는 담장 아래 여인의 그림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는다.그 그림을 그린 생도를 찾기 위해 도화서 생도들의 수업을 맡게 되고,그곳에서 윤복과 재회한다.윤복이 자신을 몰라보며 무례하게 대하자 홍도는 당황하지만,곧 윤복의 비범한 재능을 알아본다.
홍도는 윤복의 스승이 되어 그림을 가르친다.두 사람은 그림을 통해 깊은 교감을 나누며,스승과 제자를 넘어 예술적 동지로 발전한다.하지만 윤복의 파격적인 화풍과 속화 그리기는 보수적인 도화서 원로들의 반발을 산다
한편,권력욕에 눈먼 김조년은 윤복을 제거하고 홍도를 이용하여 도화서를 장악하려는 음모를 꾸민다.김조년은 윤복이 여자라는 사실을 알아내고 이를 이용하려 하지만,홍도와 정향의 기지로 윤복은 위기를 넘긴다.
윤복이 장파형(매질)을 받게 될 위기에 처하자,다시는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이라는 사실에 충격을 받은 윤복은 술을 마시고 정향에게 이 마지막 밤을 가야금소리와 함께 보내고 싶다며 가야금을 켜는 정향의 그림을 밤새 그린다.
홍도는 윤복이 여자임을 알게 된다. "너도 내 친구의 딸 같지 않다. 너는 더 이상 내 제자이지 않아도 되겠더구나.나는 더이상 니 아버지의 친구이지 않아도 되고 너도 더이상 내 친구의 딸이지 않아도 되겠더구나. 너는 그냥,너다." 홍도는 윤복을 한 사람의 화가로, 그리고 한 사람의 여인으로 바라보게 되며,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김조년과의 대결이 펼쳐진다.홍도와 윤복은 그림 대결을 통해 김조년의 음모를 무너뜨린다.이 경합은 무승부로 끝나게 되고,대규모의 도박을 건 김조년은 전재산을 탕진하고 노론 벽파에게도 버림을 받게 된다.
정향은 홍도와 윤복의 기지로 안전하게 떠나보낸다.정조는 사도세자를 추존하여 정통성을 바로잡으려 하며,그 과정에서 도화서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홍도와 윤복은 서로의 예술 세계를 이해하고 존중하며.조선 화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다.속화를 통해 민중의 삶을 그려내는 윤복의 혁신적인 화풍은 조선 후기 회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다.
총평: 예술과 사랑, 리고 시대를 넘어선 도전
"바람의 화원"은 조선 후기 두 천재 화가 김홍도와 신윤복의 삶을 통해,예술이란 무엇이며 진정한 화가는 어떤 존재인가를 묻는 작품이다.신윤복이 사실은 여자였다는 픽션을 넣은 추리물이라는 독특한 설정은 논란을 불러일으켰지만,동시에 드라마에 독특한 매력을 부여했다.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으로 인해 미술학계로부터 비판받았다.실제로 신윤복은 남성으로 기록되어 있으며,신한평의 아들이라고 알려져 있다.그러나 드라마는 이를 창작의 자유로 해석하여,여성이 예술가로 살 수 없었던 시대에 재능 있는 여성이 어떻게 자신의 꿈을 실현했는가를 상상력 넘치게 그려냈다
초반부에서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스토리가 산으로 가버렸고,캐릭터 붕괴도 여간 심했던 게 아니었다.초반에 총명하고 발랄하게 나왔던 주인공 신윤복은 캐릭터가 완전히 변해 버렸다.또한 초반부에 너무 공을 들이느라 촬영시간을 다 써버리는 통에 전체 시간 배분을 못해서 뒤로 갈수록 시간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의 강점은 명확했다.배우들 연기가 좋았고,초반부 신윤복과 정향 캐릭터가 워낙 매력적으로 나왔던데다가, OST도 훌륭하고,초반부만 해도 뛰어난 연출로 아름다운 장면이 이어졌다.특히 장태유PD의 감각적인 연출은 그림을 영상으로 재현하는 데 있어 탁월함을 보여주었다.
문근영의 연기는 특히 호평받았다.팬들의 응원 덕분에 문근영은 그 해의 SBS연기대상 수상자가(역대 최연소) 되었다.남장 여자로서의 신윤복 캐릭터를 설득력 있게 소화해내며,천재 화가의 고뇌와 사랑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박신양 역시 조선 최고의 화원 김홍도를 카리스마 있게 연기하며,제자를 향한 복잡한 감정을 잘 표현했다.
특히 여여 커플인 닷냥 커플(윤복과 정향)의 팬들이 열렬한 지지를 보냈다.문근영과 문채원이 베스트 커플상까지 받았다 최초로 여여커플이 베스트 커플을 수상한 진기록이다.원작 소설에서는 정향과 신윤복이 서로 사랑하는 관계였지만,드라마에서는 시대적 한계로 삼각관계 구도로 그려졌다.
"바람의 화원"은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지만,조선 후기 회화의 아름다움을 영상으로 구현하고,예술가의 고뇌와 사랑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의미 있는 시도였다.김홍도와 신윤복이라는 두 천재 화가를 통해,진정한 예술이란 시대의 관습에 도전하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용기에서 나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여성이 화가로 살 수 없었던 시대에 남장을 하고 붓을 들었던 신윤복의 이야기는 비록 역사적 사실과는 다를지라도,꿈을 향한 열정과 자유를 향한 갈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담아냈다.붓끝에 담긴 사랑과 예술,그리고 시대를 넘어선 도전의 이야기로 기억될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