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드라마 '마인(Mine)'은 2021년 방영된 작품으로, 자극적인 재벌가의 서사에 여성 서사, 미스터리, 계급 비판을 촘촘히 얽어낸 드라마입니다. 단순한 상류층 복수극이 아니라, 그 안에서 개인이 권력과 구조에 맞서 자아를 찾아가는 심리극으로서 독창적인 시도와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특히 ‘계급’과 ‘권력’이 극의 중심 테마로 작용하며, 겉은 화려하지만 균열된 세계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변화하고, 욕망하고, 파괴되고, 다시 태어나는지를 날카롭게 조명합니다. 이 글에서는 드라마 ‘마인’이 어떻게 계급을 시각적으로 설계하고, 인물들의 욕망이 어떻게 권력의 구조를 흔들며, 그 끝에서 어떤 파국과 해방이 기다리는지를 심층적으로 분석합니다.
재벌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균열된 상류사회
‘마인’의 가장 핵심적인 무대는 ‘효원가’입니다. 이 재벌가는 단순한 상류층의 삶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계급 피라미드를 극적으로 재현한 상징적 공간입니다. 고풍스러운 저택, 예술작품 같은 정원, 유럽식 가구로 꾸며진 내부, 비서실과 집사 시스템 등 모든 요소가 ‘선망’의 대상으로 보이지만, 실제 그 안은 완전히 위계적이며 통제된 세계입니다.
효원가에는 명확한 위계 질서가 있습니다. 가장 높은 곳에는 회장 부부가 있고, 그 아래로 아들과 며느리들, 손자까지 내려가는 ‘가문’의 혈통 중심 질서가 존재합니다. 동시에 효원가 내부의 하녀들, 집사, 경호원들까지 포함된 일종의 ‘봉건적 질서’도 병존합니다. 모든 구성원은 정해진 위치에 따라 움직이며, 반항은 곧 ‘가문에서 추방’으로 이어지는 암묵적 규칙이 작동합니다.
서희수(이보영)는 이 구조에서 독특한 인물입니다. 톱스타 출신으로 가문의 둘째 며느리가 된 그녀는 외부에서 유입된 존재이자, 가장 낮은 위치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간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혈통이 아닌 ‘이미지’로만 선택된 인물이기 때문에, 표면적으로는 며느리이지만 내부적으로는 항상 이방인으로 취급받습니다. 그녀가 겪는 정서적 소외와 통제, 그리고 ‘아내로서의 역할’에 대한 요구는, 이 재벌가의 진짜 모습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처럼 ‘마인’의 재벌가는 단지 부유한 집안이 아니라, 권력의 구조와 억압이 응축된 상징 공간입니다. 드라마는 이 공간을 통해 ‘계급’이란 것이 단지 경제적 자산의 문제가 아니라, 감정과 욕망, 정체성마저 구속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욕망: 억압된 여성들의 감춰진 야망과 파열
‘마인’의 진짜 주제는 여성 인물들의 내면에 자리 잡은 욕망입니다. 그 욕망은 사회적으로 억압되어 있고, 개인적으로 부정당하고, 구조적으로 통제되지만, 결국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본질적인 힘입니다.
서희수는 처음엔 모든 것에 순응하는 듯 보입니다. 아내, 어머니, 며느리라는 역할에 충실하며, 조용히 살아가는 듯합니다. 하지만 아들의 가정교사 강자경(옥자연)의 등장으로 균열이 시작됩니다. 자경의 미묘한 행동, 아들 하준과의 유대감, 남편 한지용(이현욱)의 불안한 반응은 희수로 하여금 의심과 불안에 빠지게 만들고, 마침내 그녀는 통제된 현실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의심하고 되찾는 여정에 돌입합니다.
또 한 명의 중심 인물인 정서현(김서형)은 겉으로는 완벽한 첫째 며느리이자, 효원가의 실질적인 권력자입니다. 하지만 그녀에게도 비밀이 있습니다. 그녀는 과거 동성 연인이 있었으며, 현재도 정체성을 숨기고 살아갑니다. 그녀는 언제나 침착하고 이성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억압된 욕망을 품고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그런 그녀가 점점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감정을 회복하는 과정을 통해 ‘억압된 주체의 회복’을 보여줍니다.
이들 여성들은 ‘욕망’을 통해 사회적 지위를 되찾거나 바깥으로 나아가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감정과 내면을 직면함으로써, 진짜 자아를 복원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입니다. 드라마는 이 욕망이 단순한 불륜, 배신, 복수와 같은 자극적인 장치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 주체성의 핵심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강조합니다. 이처럼 ‘마인’의 욕망은 비도덕적 파열이 아니라, 억압을 돌파하는 생존의 의지입니다.
파국: 권력의 붕괴와 자아의 재탄생
드라마의 클라이맥스는 ‘파국’입니다. 욕망이 발현되고, 진실이 드러나고, 위계가 무너지는 과정은 마치 사회적 지진처럼 효원가 전체를 흔들어놓습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의 진앙지는 바로 한지용입니다.
한지용은 겉으로는 완벽한 남편, 아버지, CEO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집착적이고 폭력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아내를 감시하고, 하녀를 조종하고, 효원가의 후계 자리를 위해 범죄까지 서슴지 않습니다. 그는 드라마 속에서 ‘가부장 권력’의 총체로 표현되며, 그가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드라마는 파국으로 돌입합니다.
이 파국은 단순한 비극이 아닙니다. 오히려 희수와 서현이 기존 질서를 거부하고, 자신의 삶을 선택하게 되는 계기입니다. 희수는 남편의 폭력을 직면하고, 법적으로 대응하며, 결국 이혼과 독립을 선언합니다. 서현은 과거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진정한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결심합니다.
파국은 죽음, 붕괴, 혼란을 동반하지만, 동시에 ‘해방’과 ‘재탄생’을 의미합니다. 마인의 결말은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잃고, 누군가는 상처 입지만, 그 모든 과정을 통해 진짜 자신의 ‘마인(Mine)’을 되찾는 과정입니다. 이 해방은 단지 인물 개인의 승리가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근본적인 혁명으로 읽힐 수 있습니다.
결론: ‘마인’은 누구의 것인가
‘마인’은 자극적인 전개와 미스터리를 따라가다 보면 한 편의 막장극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치밀하게 설계된 사회 비판과 여성 해방의 메시지가 숨어 있습니다. 드라마는 ‘계급’이라는 거대한 벽 안에서 숨 쉬는 사람들을 보여주며, 그 구조 속에서 벗어나려는 개개인의 몸부림을 담아냅니다.
특히 ‘욕망’을 부정적인 요소로 다루지 않고, 자아 회복의 에너지로 전환시켰다는 점에서 기존 재벌가 드라마와 차별점을 보입니다. 계급은 드러나고, 권력은 무너지고, 여성들은 그 틈 사이에서 스스로를 재정의합니다. 이러한 드라마의 흐름은 한국 사회가 아직 직면하지 못한 계급 문제와 젠더 이슈를 우회적으로 건드리며, 시청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만약 당신이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사회 구조와 심리 서사에 관심이 있다면 ‘마인’은 꼭 한 번 분석적으로 접근해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드라마는 ‘당신의 삶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지금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유효한 메시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