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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뎐1938 속 서울 배경 (도시 변화, 로케이션)

by haru-haru02 2025. 11. 25.

구미호뎐

tvN 드라마 ‘구미호뎐1938’은 기존 현대 배경을 활용했던 시즌1과 달리, 일제강점기라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설정해 색다른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특히 1930년대 서울, 당시 ‘경성’이라 불리던 도시가 드라마의 중심 무대로 등장하며 강력한 현실성과 역사적 상징성을 동시에 획득합니다. 이 글에서는 구미호뎐1938이 어떻게 서울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시대적 분위기를 형성했는지, 로케이션 연출과 도시 변화의 맥락에서 분석해봅니다.

1930년대 서울, 경성이라는 공간의 상징성과 질감

구미호뎐1938에서 묘사된 서울은 단순한 시대극 배경이 아닙니다. 경성은 한국 근현대사의 아픔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공간으로, 드라마는 이를 철저히 고증된 시각 자료와 세트 디자인을 통해 재현합니다. 전통적인 한옥과 일본식 건축, 근대식 벽돌 건물이 혼재한 거리, 인력거가 지나가는 풍경 등은 시청자들에게 1930년대 서울의 구체적인 질감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 드라마는 역사적 사실과 판타지적 상상력을 조화롭게 녹여냅니다. 예를 들어, 주요 전개가 이루어지는 신문사, 경찰서, 거리 시장 등은 단순한 세트가 아니라 극 중 인물의 삶과 선택이 교차하는 상징적인 공간으로 작용합니다. 일제의 통제 속에서 주인공 이연과 무영이 활동하는 장소들은, 시대의 억압과 갈등을 배경으로 한 개별의 이야기뿐 아니라, 당시 한국인의 집단 심리를 대변하는 공간으로 의미를 확장시킵니다. 서울은 여기서 단지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이끄는 또 하나의 ‘주체’입니다. 변화하고, 흔들리며, 등장인물의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공간입니다. 특히 이연이 골목을 걷는 장면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기억과 상처, 시간을 넘나드는 정서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입니다.

세트와 실제 촬영지의 조화: 로케이션 연출의 정밀함

구미호뎐1938은 세트와 실제 공간을 절묘하게 조화시켜, 1930년대 서울을 완성도 높게 구현합니다. 주요 촬영지는 문경 오픈세트장, 전주 한옥마을, 군산 근대문화역사거리, 대전 중구의 골목 등입니다. 이 지역들은 일제강점기의 도시 구조와 분위기를 잘 보존하고 있어, 서울 경성을 대체할 만한 촬영지로 자주 활용됩니다. 드라마는 이러한 공간에 추가적인 CG와 미술적 요소를 더해 실제보다 더 정교한 1930년대 경성을 창조해냅니다. 간판 하나, 길거리 포스터, 조명, 의상까지도 시기와 맥락에 맞게 설계되었으며, 이로 인해 시청자들은 극 중 시간과 공간에 쉽게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경찰서, 고급 요정, 신문사 등 주요 장면이 이루어지는 장소는 그 자체로 드라마의 분위기와 사건 전개에 큰 영향을 줍니다. 요괴들이 등장하는 밤의 골목길, 포화가 휘몰아치는 시장통, 폐허가 된 거리 등은 단지 예쁜 배경이 아니라, 극의 톤을 형성하고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강조하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이 전달한 역사적 메시지와 감정

‘구미호뎐1938’은 서울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뿌리를 이야기합니다. 드라마 속 서울은 단지 오래된 도시가 아니라, 기억이 축적된 살아 있는 공간입니다. 인물들은 이 공간을 오가며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 인간과 요괴 사이를 넘나들고, 그 과정에서 서울은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정체성을 유지하는 복합적 존재로 그려집니다. 서울은 이연과 무영이 정체성을 확인하고 선택의 갈림길에 서는 장소이며, 시청자에게는 지금의 서울과 비교해보게 만드는 거울이 됩니다. 오늘날의 서울이 고층 빌딩과 빠른 속도의 상징이라면, 드라마 속 서울은 기억과 상처, 저항과 억압의 상징입니다. 이는 ‘환상’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기억해야 할 ‘현실’이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구미호뎐1938’은 서울이라는 도시를 단순히 시대극 배경으로 소비하지 않고, 이야기의 서사와 감정을 담아내는 핵심 공간으로 활용했습니다. 역사적 맥락과 로케이션의 정밀한 연출은 시청자로 하여금 서울의 과거를 되돌아보게 했고, 판타지라는 장르 속에서도 현실의 무게와 감정이 뚜렷이 드러났습니다. 드라마는 공간을 통해 시간과 인물, 감정의 흐름을 이끌어내는 훌륭한 사례로, 서울이라는 도시가 얼마나 깊이 있는 이야기의 무대가 될 수 있는지를 증명했습니다.